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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 윤동주

또 다른 시 조회 수 123 추천 수 0 2016.11.20 05:03:49

병원

 

                    -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花壇)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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