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age
한국어

 

구월의 이틀 - 류시화

또 다른 시 조회 수 128 추천 수 0 2016.11.17 23:50:41

구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 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 온다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 또 다른 시 병원 - 윤동주 jost 2016-11-20 123
113 또 다른 시 갈대밭에서 - 김종제 jost 2016-11-17 126
» 또 다른 시 구월의 이틀 - 류시화 jost 2016-11-17 128
111 또 다른 시 자화상 - 유안진 jost 2016-11-17 143
110 또 다른 시 선운사에서 - 최영미 jost 2016-11-17 116
109 또 다른 시 시월 - 황동규 jost 2016-11-17 137
108 또 다른 시 가을 뜨락에 핀 사랑 - 淸夏 김철기 jost 2016-11-17 90
107 또 다른 시 가슴에 병이 깊으면 - 박남준 jost 2016-11-17 88
106 또 다른 시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 박남준 jost 2016-11-17 84
105 또 다른 시 생일 - 이윤림 jost 2016-11-17 57
104 또 다른 시 선운사 - 송창식 jost 2016-11-17 59
103 또 다른 시 시월도 이런 날은 - 유재영 jost 2016-11-17 62
102 또 다른 시 강 - 황인숙 jost 2016-11-17 60
101 또 다른 시 자명한 산책 - 황인숙 jost 2016-11-17 58
100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jost 2016-11-17 59
99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맨발 - 문태준 jost 2016-11-17 60
98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jost 2016-11-17 58
97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감나무 - 이재무 jost 2016-11-17 63
96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jost 2016-11-17 58
95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jost 2016-11-17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