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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면도를 했다.
아침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놀란 눈길로 바라보면서.
"이런 얼굴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주름들이 그 얼굴의 일이 년 후의 모습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품위 있게 처신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터였다.
길고 여윈 얼굴에 피로한 눈빛과 애써 지은 냉소적인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는 이제 아무에게도 편지를 쓰지 않았고,
누구에게서도 편지가 오지 않았으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할 때
사람들이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그 역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던 것이다.

 

 

 

출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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